[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서울대에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모든 계열에서 평균 학점보다 높은 학점을 받고 학사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은행이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한 가운데, 추후 대학입시 정책에 참고할 만한 최신 데이터로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균형 선발전형 관련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서울대 학부를 졸업한 학생 중 지역균형전형 출신의 평균 졸업평점이 3.67점(4.3점 만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서울대 학부 졸업생 전체 평균 졸업평점인 3.61점보다 0.06점 높았다.
각 계열별로도 지역균형전형 출신 학생들의 졸업평점이 평균 졸업평점보다 높았다. 예체능계열이 0.32점(3.92점'3.60점)으로 그 차이가 가장 컸고, 이어 의학계열 0.10점(3.41점'3.31점), 인문사회계열 0.04점(3.82점'3.78점), 자연과학계열 0.04점(3.62점'3.58점), 그리고 공학계열 0.02점(3.50점'3.48점) 순이다.
또한 올해 2월 서울대 학부를 졸업한 지역균형전형 출신 학생 355명 중 재학 중 한 번이라도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92명(25.9%)에 달했다.
서울대 입학 직후의 학업성취도 면에서도 지역균형전형 출신 학생들은 일반전형 출신과 비교해 크게 뒤쳐지지 않았다. 서울대는 매년 신입생들의 영어·수학 성취도를 측정해 상대적으로 하위 그룹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기초영어·기초수학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데, 올해 기초영어를 수강한 학생 229명 중 지역균형전형 출신은 11명(4.8%)에 그쳤다. 전체 서울대 신입생 3,670명 가운데 지역균형전형을 통해 선발된 학생이 628명(17.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기초수학의 경우 올해 총 수강생 146명 중 지역균형전형 출신은 25명(17.1%)이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다른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전체 서울대 입학생 중 지역균형전형 선발 비율은 최근 5년간 감소 추세(18.3%(2020년)→17.1%(2024년))였고, 지역균형전형 선발 인원 중 수도권 고교(서울, 인천, 경기) 출신 학생 비율은 늘었다(51.6%(2020년)→61.5%(2024년)). [표5]
서울대는 한국은행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백승아 의원의 질의에 “비례선발제로 현행 모든 대입전형을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한국은행 보고서의 취지를 살려 지역균형전형이 지역에 상관없이 학교 교육을 통해 성장한 우수한 학생들에게 고른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전형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의원은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에 수도권 집중, 사교육비 증가, 교육 격차, 소득 불평등, 사회 양극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과 입시제도 개편안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는 밀실 논의를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의원은 “오죽하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넘어 교육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겠냐”며 “서울 상위권 대학입시에서 사회적·경제적·지역적 다양성을 확대하여 교육기회 격차를 줄이는 등 과열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양성 교육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