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김영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 주요 캠핑장 예약 플랫폼과 자연휴양림 예약 플랫폼의 이용약관을 심사하여, 플랫폼의 중개 책임 및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광범위하게 면제하는 조항, 취소·환불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 등 총 11개 유형의 121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캠핑 수요가 급증하고 오토캠핑·글램핑·카라반 등 캠핑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캠핑장 예약방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전화나 캠핑장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캠핑장을 예약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플랫폼을 통해 예약하는 비중이 훨씬 높고, 캠핑장 예약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캠핑장 사진, 자료 등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캠핑장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상당수가 플랫폼상의 정보와 실제 모습이 달라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사진과는 전혀 다른 캠핑장의 모습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은 해당 정보의 정확성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5개 주요 캠핑장 플랫폼 및 자연휴양림 플랫폼 약관상 플랫폼의 책임을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조항이 있는지 면밀히 심사했다.
5개 캠핑장 플랫폼 약관에는 플랫폼에 게재된 정보의 정확성·신뢰도에 대해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 서비스 이용 도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업자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조항, 분쟁 발생 시 책임지지 않는 조항 등 플랫폼의 중개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사진은 대체로 입점업체(캠핑장)가 직접 촬영하지만, 플랫폼이 직접 촬영하는 경우도 있고, 플랫폼이 테마별로 카테고리를 구분하여 그에 맞는 캠핑장을 배치·소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통해 해당 정보 제공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히 관여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을 운영·관리하는 주체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용자 간 분쟁 발생 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야 할 의무도 있다.
그러나 해당 약관은 플랫폼이 통신판매중개자라는 이유로 귀책유무 및 책임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5개 캠핑장 플랫폼은 자신의 고의나 과실이 있는 경우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약관을 시정했다. 또한, 플랫폼상의 캠핑장 사진·정보 등이 최근의 실제 모습을 담고, 위약금 분쟁 해결에 필요한 관련규정의 현행화 등 최신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입점업체로 하여금 사진·위약금 규정 등을 점검할 것을 정기적으로 안내하는 등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약관조항도 신설했다.
나아가 해당 플랫폼들은 이번 약관 시정을 위한 공정위와의 협의 과정에서 입점 캠핑장들을 대상으로 ‘정보 현행화 점검 안내’ 조치를 사업개시 이후 처음으로 시행했고, 앞으로도 이러한 조치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플랫폼이 고의·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불만·분쟁 발생 시 플랫폼이 중재 역할을 하거나 그 해결을 위해 신속히 조치를 실시하는 등 플랫폼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도 약관에 명확히 규정했다.
캠핑장·휴양림 시설은 다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이용하는 공중 시설물로 이용 과정에서 고객의 휴대품 등이 분실되거나, 시설이 훼손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사고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사업자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귀책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그러나 해당 약관은 분실·훼손 등에 대해 사업자의 귀책 유무나 책임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그 책임을 일률적으로 이용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들은 분실·훼손 등에 사업자의 책임이 있는 경우 그 책임을 부담하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플랫폼 사업자는 설비 보수·교체 등 서비스 이용 장애로 발생한 손해에 자신의 고의·과실이 개입된 경우 그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손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이용자에게 지우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 약관은 귀책 유무 및 책임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거나 중과실로 책임을 한정하고, 손해에 대한 입증책임을 이용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들은 사업자의 고의·과실(경과실 포함)이 있을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약관을 시정했다.
캠핑은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캠핑장 주변에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도로가 통제되어 차량 이동이 금지되는 경우 캠핑장 이용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취소·환불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약관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의 취소·환불 권리를 포괄적으로 제한하여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객이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환불은 원칙적으로 결제한 수단으로 해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현금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약관은 소비자가 최초 결제한 수단이나 현금이 아닌 사업자가 임의로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포인트로도 환불할 수 있도록 하여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플랫폼들은 고객의 사정과 무관하게 주차 불가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취소·환불이 가능하도록 하고, 환불은 원칙적으로 결제 수단과 동일한 방법으로 하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이외에도 계약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한 조항을 고객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고객에게 불리하게 약관이 변경되는 경우 고객이 그 내용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충분한 기간을 두고 개별 통지하도록 시정했다. 또한, 고객이 게시한 저작물을 사업자가 임의로 삭제 등 조치하는 경우 그 사유를 명확히 하고, 해당 조치에 이의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했다. 아울러, 고객의 저작물을 사업자에게 귀속하는 조항 및 재판관할을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규정한 조항을 관련 법령에 따르도록 약관조항을 시정했다.
이번 조치는 주요 캠핑장·자연휴양림 플랫폼 약관의 사업자 면책조항을 대대적으로 시정함으로써 플랫폼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플랫폼에 게재되는 사진·위약금 등 정보는 캠핑장·자연휴양림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핵심적인 정보인 만큼, 보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플랫폼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이끌어냈다는 점, 이용자 간 분쟁 해결을 위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캠핑장·자연휴양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익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공정위는 이번 플랫폼 약관 시정이 개별 캠핑장·자연휴양림으로 깊숙이 확산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등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림청과 협력하여 지자체 및 민간에서 운영하는 개별 캠핑장의 약관에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요 불공정약관 사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을 적극 안내·홍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한캠핑장협회, 자연휴양림협회를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하여 이번 시정 사례를 널리 알리고, 개별 캠핑장·자연휴양림 약관의 개정도 독려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플랫폼을 비롯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불공정약관 시정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