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비임금노동자로 등록된 847만명 중 99%는 ‘사업자등록증조차 없는 사업소득자’, 즉 위장된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국세청 통계를 통해 밝혀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주영(경기 김포갑) 의원이 25일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해마다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비임금노동자 중 절대 다수인 835만3,792명(98.6%)이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비임금노동자 847만명 중 연간지급금액 2천5백만원 이하인 사업소득자가 730만 명(86%)이며 그 중 기타자영업(코드 940909)으로 등록된 사업소득자는 394만 명(54%)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기타자영업’은 명확한 업종으로 구분된 코드 18개에 포괄되지 않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등록하는 코드다.
실질적 ‘근로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법상 보호를 막는 ‘노동자 오분류’, 즉 ‘가짜 3.3’ 문제는 김주영 의원 등의 지적으로 근로복지공단 등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김주영 의원은 “자영업자로 위장되어 근로기준법 등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짜 3.3 노동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위장으로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명확한 반면 위장 적발 시의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자 오분류에 대한 자체적인 처벌조항이 없고, 적용받지 못한 근로기준법 위반만이 판단된다. 그마저도 근로자가 퇴사 후 진정을 제기하면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 청산)로 포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처벌을 면한다.
상당수 사업주들이 근로자를 자영업자로 위장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지만, 최저임금은 준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월급 2,060,740원을 받는 프리랜서’가 나온 배경이다.
김주영 의원은 “고의로 노동관계법령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자를 사업자로 위장한 사실이 적발되면 그 자체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콜센터 교육생도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통계도 나왔다. 김주영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업종 코드가 749938인 기업에 사업소득자로 신고된 콜센터 교육생 수만 7만 명에 달했다. 업체들의 주업종코드가 일관적이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콜센터 교육생은 최소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콜센터 업종뿐만 아니라 택배·물류업, 학원, 음식점 등 전 업종에 걸쳐 ‘가짜 3.3’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쿠팡의 한 위탁업체에서는 근무자들에게 근로자 지위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며 ‘산재보험 포기각서’를 작성하도록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의 선제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고용노동부는 “진정 사건 처리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쟁점이 된 사건을 따로 분류해 통계를 확보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하은성 노무사(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는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는 결국 사업주들에게 ‘나중에 적발되더라도, 일단 지키지 않는 것이 지키는 것보다 이익이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고의적인 노동자 오분류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을 만들거나, 임금체불 유형을 세분화해 고용형태 위장 사실이 인정되면 반의사불벌죄에서 제외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형해화하는 사업주에게 패널티를 줘야 노동자 오분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주영 의원은 “근로자성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나 명시적인 대안은 부재하다”며 “노동시장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체 취업자 중 1/3에 달하는 비임금노동자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제라도 당사자적격 사건을 별도로 구분해 신고사건 통계를 확보하고, 근로자성 전담 근로감독관 제도를 도입해 사건 처리의 전문성 높이는 등 노동자 오분류와 ‘가짜 3.3’에 대한 대응과 동시에 사전적인 예방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