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200년 동안 조선의 생활과 예술을 담아냈지만,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사이에서 잊혀진 ‘분청사기’가 ‘유네스코 등재 추진’으로 다시금 빛을 받게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24일 국회 문체위 종합감사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분청사기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고, 이에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분청사기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약속했다.
분청사기는 분청회청사기의 줄인말로 회색 흙으로 먼저 구운 후 그 위에 백토로 표면을 분장하는 도자기이다. 고려 말기 청자의 변천과 발전 과정에서 탄생해 조선 초기의 (15세기~16세기) 도자문화를 선도하며, 세금을 대신해 나라에 공납하는 ‘공납자기’로도 사용됐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거치며 조선의 많은 도공들이 일본의 포로로 잡혀가며 제작이 급격히 줄면서 자유롭고 독창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분청사기의 발전은 멈추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충청, 전라, 경상 지역에서 5가지 기법의 분청사기가 제작됐고, 특히 그릇의 표면 위에 철사 안료로 문양을 그리는 철화기법은 충남 공주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귀하다. 분청사기는 다른 도자기보다 지역별로 다양한 기법과 문양이 있어 지역성이 매우 뚜렷하지만 정작 이러한 분청사기의 가치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현대 도예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버나드리치는 “현대 도예가 나아갈 길은 분청사기가 이미 제시했고, 그것을 목표로 해서 나아가야 한다”며 시대를 초월한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극찬했으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분청사기가 교황 선물로도 제공된 적이 있다. 또한 연평균 관람객 80만 명을 상회하는 미국 덴버미술관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소장한 분청사기 문화유산을 활용해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청사기 관련 연구용역 현황을 확인해보니 국립중앙박물관은 2007년부터 총 3건의 연구만을, 국가유산청은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를 통해 2013년부터 전국 분청사기 관련 유적 현장조사를 목표하고 있으나 관련 예산 및 인원의 부족으로 약 9년 동안 전라지역 유적만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수현 의원은 ‘도자기는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그 시대와 지역성, 생활 방식을 담고 있고 특히나 분청사기가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도자기’라며 ‘학술적 가치를 넘어 관광자원으로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중요자원이라 생각한다’며 분청사기의 가치를 더욱 확장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또한 분청사기가 유명했던 지역별로 분청사기 체험관, 전시관 등이 자리한 소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해 문화로 지역도 살리고 청자와 백자 사이 잊혀진 ‘한반도 도자기 역사’의 맥을 분청사기로 이을 수 있게끔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분청사기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분청사기의 중요도는 고려청자에 못지않다”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자료 보완과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