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이선호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22일 오후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범어사를 방문했다.
범어사는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 중 하나로 불리며, 의상대사, 원효대사, 만해 한용운 등 많은 고승대덕(덕이 높은 스님)을 길러낸 한국의 명찰이다. 6·25 전쟁 당시 야전병원의 역할을 하며 호국에 앞장서, 2023년 통도사와 함께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의 범어사 방문은 이승만 대통령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이다.
범어사에 도착한 대통령은 정오스님 등 사찰 관계자 및 신도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대통령은 정오스님의 안내를 받아 범어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대웅전으로 이동했다.
대웅전에 입장한 대통령은 향로에 헌향하고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다. 이후 정오스님에게 “20여 년 전 부산에 근무했고, 떠나서도 금정산을 등산하며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라며, “비 오는 날 부처님을 뵈니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오스님이 “대통령님이 오신다고 해서 대웅전 입구 양쪽을 국화로 예쁘게 장식했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이후 대통령은 직접 우산을 들고 정오스님에게 씌워주며 주지실로 함께 이동했다.
주지실에 도착한 대통령은 방장 정여스님과 정오스님 등 사찰 관계자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방장 정여스님이 대통령에게 “멀리서 오셔서 감사드리고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하자, 대통령은 “너무 늦게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정오스님은 “사람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말씀과 힘들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며 대통령이 되신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 시국에 국가 재정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실 텐데 안타까운 점이 많다”고 했다.
이어, 정오스님이 직접 쓴 ‘무구무애(無垢無碍)’ 즉, 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는 문구가 적힌 족자를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에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범어사에서 주신 많은 가르침에 힘입어 이 나라가 똑바로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장 정여스님은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작년 11월 자승스님이 입적하셨을 때를 떠올리며 “그 당시 자주 전화도 드리고 용기를 많이 주셨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방장 정여스님은 “동산스님의 가르침 중에 ‘감인대(堪忍待)’ 즉, 견디고 참고 기다리라는 가르침이 있다”며 “‘일인장락(一忍長樂, 한 번 참으면 오랫동안 웃는다)’이라는 말처럼 직무를 하시는 동안 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보며 지혜롭게 극복하시라”는 말과 함께 ‘감인대(堪忍待)’가 적힌 액자를 선물했다. 대통령은 “좋은 말씀과 글을 받아 간다”며 감사를 표했다.
방장 정여스님은 “인생을 살다 보면 가슴에 남는 것들이 있고 스스로를 흔드는 경우가 있는데, 바깥에서 흔드는 것보다도 내 스스로가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마음속 상처를 너무 간직하면 병이 된다며, 적당히 비우며 새로운 것을 채우겠다는 마음가짐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은 “진작 왔어야 하는데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은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습니다”라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방장 정여스님은 “휘말리지 않고 꿋꿋하게 하시는 모습이 든든하다”고 답했다.
이후 대통령은 앞서 받은 ‘무구무애(無垢無碍)’가 적힌 족자, ‘감인대(堪忍待)’가 적힌 액자에 더해 '오직 나라 사랑 한마음', '오직 국민 행복 한마음'이라 적힌 족자들을 선물 받고, 방장 정여스님, 정오스님과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범어사 방문에는 범어사 방장 정여스님, 주지 정오스님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