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최근 3년간 민간임대보증에 가입한 10가구 중 4가구가 보증금 전액이 아닌 일부 액수만 보호받는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부보증 상품의 사고금액은 279억 원 발생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간임대보증금 중 일부 금액을 보증하는 ‘일부보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아산시갑)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민간임대보증금 보증 중 일부보증 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최근 3년간 민간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한 91만 5,240가구 중 보증금 일부 액수만 보호하는 일부보증 상품에 가입한 비율이 37.6%(34만 3,980가구)에 달했다.
3년간 총 34만 3천 가구가 잠재적인 위험에 놓여 있었던 셈이고, 민간임대보증에 가입한 10가구 중 약 4가구가 전체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일부보증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일부보증의 사고건수는 492세대였고, 사고금액도 총 279억 원이었다.
'민간임대주택법' 제49조에 따라, 민간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 전액을 보증 상품에 의무 가입해야 하지만, 요건에 해당하면 보증금과 담보권 설정 금액의 합계에서 주택가격의 60%를 뺀 금액만큼만 보증하는 상품(일부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억 원이고 채무 등 담보권 설정 금액이 6천만 원이며 주택가격이 2억 원이라고 하면, 4천만 원에 대해서만 보증에 가입하면 된다[(1.0억+0.6억)-(2.0억×60%)].
HUG는 일부보증에 대해 “보증하는 금액이 적어 보증료 부담이 경감되며, 경매 낙찰가율이 60% 이상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임차인 보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사고금액 279억 원 등 일부보증에서도 보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세 계약 시, 임차인이 일부보증 상품의 내용과 원리에 대해 제대로 설명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1년간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 일반주택의 낙찰가율이 60% 미만인 경우가 17곳에서 나타났다. 낙찰가율 50% 미만인 경우도 서울 도봉구, 경기 가평군, 군포시, 성남시 분당구, 인천 동구, 옹진군 등 6곳이었다. 비아파트 주택이고 도심이 아닐수록 낙찰가율이 낮았다. 낙찰가율 60% 미만이면, 일부보증 상품에 가입해도 임차보증금 일부는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복기왕 의원은 “민간임대 일부보증은 법적 근거가 있긴 하지만, 일부보증 상품에 대해 임차인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낙찰가율이 60% 미만인 경우도 많다”며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사고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세입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복 의원은 “일부보증은 사고가 발생하면 경매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면에서 세입자에게 큰 고통이 될 수 있다”며 “일부보증 요건을 강화하고 보호 금액에서 제외하는 주택가격의 비중을 조정해서, 보호되는 일부보증 금액을 상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