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소방청이 운용하고 있는 소방헬기 운용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달희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가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앙 및 16개 시도별 소방헬기 평균 불가동 일수가 무려 102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총 3대를 운용하고 있는 경기소방본부의 소방헬기 당 평균 불가동 일수가 213일로 17개 본부 중에 제일 높았고, 8대를 운용하고 있는 중앙119본부가 151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남이 112일, 제주가 111일, 전남이 107일 순으로 불가동 일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중 평균 3개월 이상은 헬기 고장에 따른 정비 등의 문제로 사실상 잠자고 있던 셈인데, 이로 인한 막대한 정비 비용도 수치로 드러났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15.1억에서 2020년에는 무려 511억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653.2억을 정비 예산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이 운용하고 있는 31대 소방헬기 도입 비용이 총 8,367.7억인데, 연간 500억 이상의 예산을 소방헬기 정비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기도 소방본부가 보유한 3대의 소방헬기 중 2001년 2월에 63.4억에 도입해 운용 중인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경기 003호)의 경우 2021년 2월 20.3억원을 들여 외주정비에 착수해 무려 304일을 쉬었고, 2022년 5월 추가 정비로 인해 2억이 소요됐고, 이로 인해 213일을 가동하지 못했다.
이후 시험비행 중에 엔진이 폭발해 지난해 9억을 들여 엔진 수리를 했고, 결국 2023년에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올 5월 민간 회사에 10억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최근 3년간 소방헬기 1대에 혈세 약 32억을 쏟아부었지만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헐값에 매각한 셈이 된 것이다.
이같이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불가동 일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상당수 헬기가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 외국산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소방청이 운용하고 있는 31대 소방헬기 가운데 4대를 제외한 나머지 27대가 외국산인데, 외국산 헬기는 부품수급이 어렵고 일부 헬기는 생산 업체의인증을 받은 정비사가 수리를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상대적으로 정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진단이다.
이와 반대로 KAI가 제작해 운용 중인 수리온 헬기의 경우 정비기간이 연 평균 65일에 불과하고, 정비 비용 역시 외국산 대비 15~20%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 KAI 측 입장이다.
이 의원은 “국산 헬기의 성능이 외국산 헬기에 비해 뒤처지지 않고 부품 수급이나 정비에도 유리해 예산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소방청은 국산 헬기 도입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