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경찰청이 지난 2016년부터 개발을 추진하던 한국형 전자충격기의 현장 도입이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사이 경찰청 보유 테이저건 노후율은 50%를 넘겼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시 을)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총사업비 13억 5천만원을 투입하여 개발에 나선 한국형 전자충격기가 최종 납품검사에서 불합격해 현장 도입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기존 테이저건의 단점을 보완하고 일선 경찰 현장 대응력 강화와 장비 국산화를 위해 한국형 전자충격기 개발을 추진해 왔다. 경찰은 R·D 완료 이후인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00정의 시범 제품을 구입해 여섯 차례에 걸친 전수검사를 실시했으나 장비 불량률이 90%에 달하는 등 안전성과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이후 경찰청은 6차 전수검사 4개월 만인 2021년 11월 7차 전수검사에서 불량률이 0%로 단숨에 개선됐다고 밝혔고, 2022년 시범 운용을 거쳐 2,755정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현장 도입을 준비했다. 하지만 2023년 7월과 10월에 각각 실시한 최종 납품검사에서 탈락해 도입이 불발됐고, 기기와 카트리지(전극침) 구매에 지급한 선금 29억 4,3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개발 업체와 소송 중이다.
한병도 의원은 2020년, 2021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전자충격기 개발 상황을 지적했고, 2022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추가 검사 후 신규 구매를 추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경찰은 국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려다, 결국 현장 도입이 좌초된 셈이다.
한편, 경찰청이 보유한 테이저건 두 대 중 한 대는 내용연수 10년이 초과한 노후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형 전자충격기 도입 불발로 2023년도에는 신형 테이저건이 보급되지 않았는데, 당시 노후율이 57.6%까지 치솟았다.
노후 테이저건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4월에는 광주에서 테이저건을 맞아 진압된 대상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사용된 기기가 2010년 7월에 도입된 노후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병도 의원은 “테이저건은 국민과 일선 경찰관의 안전과도 직결된 주요 물리력이다”라고 강조하며, “과거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 당시 한국형 전자충격기의 문제점을 반복 제기했음에도 도입을 강행하더니, 결국 장비 도입 실패와 혈세 낭비라는 결과만 남긴 경찰청은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경찰청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형 전자충격기 개발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결론짓고, 테이저건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후 기기 교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