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공직생활 전반에 대해 중간연차 공무원이 저연차 공무원보다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나 처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연차 공무원의 ‘엑소더스’ 행렬에는 처우 개선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반면 중간연차 공무원은 찬밥 신세에 놓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식(용인갑) 의원실이 10일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직생활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성과동기 저하 지표가 6~7급 및 재직기간 6~15년 공무원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성과동기 저하 지표는 ▲업무량 인식 ▲직무 스트레스 원인 인식 ▲이직 의향 등을 수치(1~5점)로 나타낸 자료로 5점에 가까울수록 처우 인식이 나쁨을 의미한다.
‘중앙행정기관·광역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업무량 인식도 조사’에서 6~7급(3.79점)이 처우가 가장 안 좋다고 인식한 반면, 8~9급(3.62점)이 평균(3.73점)보다 좋다고 인식했다.
재직기간별로는 11~15년(3.86점)·6~10년(3.81점)이 1·2위를 차지해 열악한 환경으로 인식했고, 5년 이하는 3.63점에 그쳤다.
시민을 일선에서 맞이하는 ‘기초단체 공무원의 업무량 인식도 조사’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6~7급(3.71점)이 처우 인식도 최악을, 8~9급이 평균 점수(3.69점)를 기록했다.
재직기간별로도 11~15년(3.80점)이 제일 좋지 않았고, 6~10년(3.75점)이 뒤따랐다. 5년 이하는 3.68점으로 평균보다 나은 편에 속했다.
‘직무 스트레스 원인 인식도 조사’에서 6~7급이 2.96점으로 가장 안 좋다고 인식했다. ‘이직 의향 조사’도 마찬가지로 6~7급(3.43점)이 8~9급(3.38점)보다 좋지 않다고 인식했다.
재직기간 8년차에 접어든 공무원 손모(35) 주무관은 “경직된 문화와 과다한 업무로 인해 퇴사 생각이 많이 들지만 이직하기엔 늦은 감이 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남아 있다”며 “젊은 친구들은 임용 후 얼마 되지 않아 퇴직해도 제 2의 진로를 금방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저 부러울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공무원 처우 개선 대책의 초점이 대부분 5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재직기간 4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연가 일수를 최소 12일에서 16일까지 확대했다. 그렇지만 재직기간 4년 이상 공무원은 배제됐다.
지난 1월에는 7~9급 일부 저연차 공무원의 봉급을 추가로 인상했다. 아울러 정근수당 가산금 지급대상을 확대해 5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에게도 매월 3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으나 5년 이상 중간연차 공무원에게 돌아가는 지원은 없었다.
이상식 의원은 “중간연차 공무원은 현재 기초단체 팀장 또는 주무주임을 맡으며 공무원 조직의 허리를 구축하고 있는 최전선 직원”이라며 “중간연차 공무원의 처우가 좋아야, 지켜보고 배우며 자리를 물려받을 저연차 공무원이 현직에 남을 것”고 말했다.
덧붙여 “공공부문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우수한 공무원이 공직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중간연차 공무원의 처우 개선 방안을 인사처·행안부는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