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입법 공백으로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이 4년간 3조 3,895억원에 달한다는 추정 결과가 나왔다. 담배사업법상의 사각지대로 인해 연 매출 수조원대로 추정되는 합성니코틴 담배 시장이 규제?과세 무풍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국회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국민의힘, 경북 김천)이 기재부와 관세청, 식약처, 전자담배협회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2021년 5,358억원, 2022년 9,891억원, 2023년 1조1,249억원, 2024년 8월 기준 7,3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자담배용 합성니코틴 용액(희석제품)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제세부담금 추정치에 합성니코틴 원액에 대한 제세부담금 추정치를 더한 금액으로, 합성니코틴 원액 추정치의 경우 관세청에서 제출한 수입량, 전자담배협회에서 제시한 희석비율, 담배수입업체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한 수치이다.
현행 담배사업법 2조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소비세법은 2021년부터 연초의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 액상에도 세금을 부과해 현재 천연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1ml당 1천800원의 제세부담금이 부과되고 있으며, 궐련과 전자담배 등으로 걷어들이는 담배 제세부담금은 2023년 기준 11조7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적 합성으로 만든 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는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고 세법에 관련 규정도 없어 담배 관련 과세가 전무한 상황이다. 아울러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유통량을 파악하기 어렵고, 유해문구 및 경고그림 없이 학교 앞에서 판매해도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담배로 규정하고, 과세 및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21대에 이어 22대에도 발의되어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중에 있다. 하지만 복지부와 식약처의 합성니코틴 유해성 연구결과가 오는 12월에나 발표될 예정으로 입법 논의 또한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합성니코틴에 이어 등장한 무니코틴 담배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들어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되자 풍선효과로 니코틴이 없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무니코틴 담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실제 네이버 온라인쇼핑에서는 2천개가 넘는 무니코틴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특정 제품의 경우 20만개가 넘는 리뷰가 작성되는 등 무니코틴 담배의 인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가 올해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니코틴으로 광고하는 제품 다수가 니코틴과 화학 구조가 유사한 메탈니코틴 등 유사니코틴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또한 니코틴 유사체가 천연니코틴보다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중독성이 높다고 발표하는 등 합성니코틴 담배에서 발생했던 과세 및 규제 공백이 유사니코틴 담배에서 반복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은 연초에 더해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해 과세 및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최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유사니코틴 담배 등 신종담배 또한 대통령령으로 담배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법률안을 준비 중인 송언석 위원장은 “담배는 세금과 규제를 회피하기 천연에서 합성니코틴으로, 합성에서 유사니코틴으로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라며 “새롭게 등장한 담배에 대한 과세와 규제가 지지부진한 사이 무분별한 유통으로 인한 과세 공백과 청소년 흡연 증가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 “현재 기재위에는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법안들의 계류중에 있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유사니코틴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로 발생한 과세 및 규제 공백을 조속히 해결하고, 유사니코틴 담배에서 유사한 입법 공백이 반복되지 않도록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