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장기적인 서민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휴대전화와 통신비를 감당하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실태까지 악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세종시을)이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SGI보증이 제공하는 할부신용보험상품의 대위변제액은 1,210억원인 반면 구상액은 550억원에 그쳐 이에 따른 손해율이 97.7%인 것으로 밝혀졌다.
할부신용보험은 고객이 휴대폰 단말기 할부금과 같은 휴대폰 채무를 연체하는 경우 통신사가 SGI서울보증으로부터 보험금을 대신 지급받고, SGI보증이 연체 고객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채권을 회수하는 상품이다.
할부신용보험 손해율은 SGI보증이 대신 변제한 보험금에서 구상으로 충당한 금액의 차이를 SGI보증이 거둔 보험료에 대비해 산출한다.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휴대폰 이용 고객이 기기 할부금이나 사용요금을 제대로 내지 못해 부실한 채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약 98%에 달하는 손해율은 최근 10년 이내에 최고치다. 지난 2015년 할부신용보험의 손해율은 35.5%였으나, 2018년 62.2%로 60%를 넘긴 후 2020년 76.9%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73.2%로 다소 감소했는데, 올해는 8월에 이미 97.7%까지 급상승한 것이다.
2020년도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컸음에도 76%를 기록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올해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신호라는 지적이다. 올해 남은 4/4분기 상황에 따른 손해율의 변화 추이는 지켜봐야 하지만, 10년 이내 최악의 수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축하긴 어렵다.
이처럼 손해율이 급등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대위변제 발생액 대비 구상금액과 보험료 수입은 감소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8월까지 SGI보증이 지급한 대위변제 보험금은 약 1,213억원으로 지난해 1,923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해보면 추세상 비슷한 수준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SGI보증이 부실 채권을 소유한 고객으로부터 구상 받은 금액은 555억원에 그쳤다. 2015년에는 1,923억이었던 구상금이 지난해에는 931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는데, 올해와 같은 추세에선 지난해 수준만큼의 구상금을 충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료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점도 손해율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할부신용보험이 최근 10년 중 2021년도까지는 매해 1,000만건 이상의 가입 건수와 1,500억원 이상의 보험료 수입을 기록했다. 통신사들이 고객 단말기 할부금 미납에 대비해 보편적으로 드는 보험이라는 의미를 지녀왔다.
그러나 할부신용보험 가입 건수가 2022년 1,000만건 선이 무너진 이후, 지난해 가입 건수는 742만건, 보험료 수입은 1,355억원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올해는 8월까지 389만건 가입에 보험료는 672억원에 그쳐 이 역시 그간의 추세로 살펴볼 때, 지난해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한편, 통신비 연체가 늘어나면서 관련 신용보험 연체율도 2년 새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통신사에 통신요금을 내지 못해 SGI서울보증이 대신 갚아주는 상업신용보험 손해율은 올해 8월까지 3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3.5%였던 손해율 대비 12%포인트 가량 올랐다. 지난 2022년4.9%와 비교하면 7배 수준이다.
문제는 장기적인 고금리?고물가 등의 여파로 민생 악화가 계속되면서 보험료 감소와 고객 연체 및 보증기관의 손해까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 손해율이 오르면 보증기관의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이는 보험료율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보증기관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악화되는 데다 통신비 연체까지 늘어날 경우 소비자 신용점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통신요금에 대한 채무조정 등 적극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 더불어민주당은 통신비 등 비금융채무도 신용회복위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해당 법안을 가계부채지원6법 중 하나로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평가 속에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강준현 의원은“휴대폰을 이용한 통신과 데이터 서비스는 이제 대다수 국민의 일상생활에 있어 중요한 재화가 됐다”라며, “그럼에도 휴대폰 비용과 통신요금조차 제대로 내기 어려워 보증기관의 대위변제를 초래하는 지표가 악화된다는 점은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활경제 영역까지 침체됐다는 방증”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강준현 의원은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보증 손해의 증가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민생 파탄의 단적인 증거로 봐야한다”라고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는 불필요한 정쟁이 아니라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며 민주당이 제시하는 비금융채무 조정 지원법의 수용을 포함해 특단의 민생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