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전국 소방서에서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119대원의 구급활동을 지도하거나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구급지도의사가 의료대란 장기화로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일부 소방서에서는 월 1회 방문근무조차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국 소방관서 261곳의 구급지도의사 선임 및 근무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의료집단행동이 본격화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강원·충남·전남·경북·제주소방본부 소속 일선 소방서 20여 곳에서 구급지도의사의 월 1회 방문근무조차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급지도의사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일선 소방서마다 1명 이상 선임된다. 주로 119대원의 구급활동을 평가·개선하거나 구급활동 중 발생한 민원이나 법률 문제를 의학적으로 자문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월별로 방문근무일수가 ‘0’인 곳은 3월 27곳, 4월 36곳, 5월 28곳, 6월 26곳, 7월 26곳, 8월 27곳이다. 의료집단행동이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1월(11곳), 2월(11곳)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재작년과 작년 두 해 동안에도 구급지도의사의 월 1회 방문근무는 꾸준히 지켜져 왔지만, 올해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반발하며 의료인력이 현장을 떠나면서 이마저도 중단됐다.
구급지도의사가 방문근무하지 않은 소방서는 올해 8월 기준 강원 동해·태백·삼척·횡성·평창·정선·화천·양구·인제·고성소방서(9개소), 충남 보령·서산·금산·청양소방서(4개소), 전남 담양·강진·고흥·함평소방서(4개소), 경북 경산·청도·칠곡·예천·봉화소방서(5개소), 제주 제주·서귀포·서부·동부(4개소)이다.
구급지도의사는 시도 소방본부에 위치한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일선 소방서에서 방문근무할 때와 달리 주·야간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며 119구급대원에게 전화나 영상으로 직접 의료 지도를 한다. 대체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중증의료환자의 상태나 응급처치 지도, 이송병원 자문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에는 강원도에서만 벌써 구급지도의사 14명 중 3명이 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구급지도의사 선임현황은 전체 9개 권역을 합쳐서 429명으로 일견 충분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도를 제외하면 매달 구급지도의사로 근무하는 의사는 여전히 주간 1명, 야간 1명으로 총 하루 2명에 불과하다. 하루 12시간을 센터에서 근무하면 주간 40만원, 야간 50만원의 근무수당을 받는다.
의료대란 장기화로 구급지도의사마저 응급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소방청에서는 구급지도의사 퇴임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아 다른 시도 현황은 제대로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용혜인 의원은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응급의료 내 소방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소방청이 현장 대원들 입단속만 할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며 “구급지도의사 이탈 현황부터 명확히 파악하고 11년째 동결된 근무수당 인상 등 처우 개선을 포함해 국민과 일선 구급대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