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2024년도 우크라이나 ODA(공적개발원조) 7건에 대한 예산이 현재까지 전혀 집행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까지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 약 26억의 예산이 불용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평택시갑)이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3년도부터 추진한 사업 1건(키이우주 재활의료 역량강화 사업)에 대한 올해 예산 4억 5천, 24년도 신규 사업 5건에 각각 5천만 원씩 배정한 예산 2억 5천 등 총 7억을 배정했으나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국제기구협력으로 진행하는 다자협력 신규사업 1건(IOM 우크라이나 지역사회 참여 접근에 기반한 보호 및 솔루션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 제도적 역량강화 사업) 역시 19억 3천8백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재건 분야에서 ODA를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항이나 철도, 전력 등 인프라 구축 성격의 양자사업이 2024년도에 5건 신규로 편성됐으며, 다자협력사업이 아닌 한-우 양자사업으로 사업발굴부터 실시까지 우리 정부가 우크리아나 정부와 함께 진행한다. 사업에 따라 각각 2~4년 진행되며 총규모는 약 700억(698억 9천만원)이다.
문제는 사업의 현실가능성이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전 지역은 현재까지도 '흑색 경보'로 여행이 금지된 상태다. 6개 사업 대부분의 예비조사를 문헌이나 화상회의 등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통상 ODA는 '예비조사'와 '기획조사'를 거쳐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일부 지역의 경우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승인을 거쳐 일시 방문해 기획조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철도용량 증대'와 '전력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은 이마저도 어려워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특히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사업’의 사업타당성조사보고서는 부패위험도를 제외한 나머지 8개 항목의 위험체크리스트에 대한 진단을 전부 가장 높은 1등급을 부여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진행 중으로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짐"을 등급판단 근거로 제시하면서, 대응으로는 "전쟁 종료 후, 국정 운영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사업 재추진 여부 검토"를 제시했음에도 외교부는 해당 사업을 편성했다.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예결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국제 정세가 좋지 않은데 내년에는 예산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고, 외교부는 "정세가 안 좋더라도 어느 정도 사업은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다른 외교부 국장도"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가 다 끝나서 바로 착수할 수 있다"며 사업추진 의지를 강하게 밝히며 예산을 확보해 갔다.
홍기원 의원은"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성과를 빛내기 위해 전쟁 장기화 정세와 물리적 한계를 간과하고 진행한 결과"라며 "정교한 검토와 현실성 있는 계획이 뒷받침되는 ODA 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