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더불어민주당, 경기김포갑) 의원은 26일 “아버지의 업무상 유해요인으로 인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도 어머니의 업무상 질병과 동일하게 ‘태아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날 근로복지공단의 아버지 태아산재 요양 불승인(산재 불승인) 처분에 불복,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다.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LCD 생산공정에서 일해온 정 모 씨는 2021년 최초로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아버지 태아산재)’에 대해 요양급여를 신청한 당사자다. 정 씨는 2011년까지 삼성전자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08년에 태어난 정 씨의 자녀는 차지증후군으로 인해 심장, 눈, 귀 등에 장애를 갖고 있다. 이에 정 씨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유해요인에 노출돼 자녀에게 차지증후군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공단은 “정 씨 자녀의 차지증후군은 정 씨의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정 씨 자녀의 차지증후군은 유전자(CHD7)의 이상으로 아버지 쪽 영향일 가능성이 높은 점, 정 씨가 TFT 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화학물질에 노출된 점, 생식세포의 돌연변이는 노출수준이 낮아도 발생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자녀의 차지증후군은 아버지 정 씨의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단은 “정 씨 자녀의 차지증후군이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요양을 승인할 수 없다”며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정 씨의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기는 했으나, 법령에서 정한 ‘임신 중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요양을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산재보험법 제91조의12(일명 ‘태아산재법’)에는 어머니의 업무상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어머니 태아산재)만 규정돼 있고, 아버지의 업무상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아버지 태아산재)는 규정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정 씨 사례처럼 아버지측 유해요인 노출로 아이가 아픈 경우 산재보험을 신청할 수 없다.
정 씨 자녀의 차지증후군이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은 만큼, 아버지 태아산재도 산재보험법상 태아산재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주영 의원은 “어머니 태아 산재가 인정되듯 아버지 태아 산재가 공평하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제도 목적에도 부합하는 일”이라며 “업무상 질병이 인정됐음에도 ‘임신 중인 근로자’가 아닌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이란 이유로 태아 산재가 인정되지 않는 불합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소급적용을 포함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