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올해 7월 충남 논산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침수 사고 당시 호우 긴급재난문자(CBS)가 발송됐다면, 사고 발생 23분 전 미리 위험을 알릴 수 있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논산이 위치한 충청권 등 재난 문자(CBS) 미운영 지역에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재난 문자 확대 시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23일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CBS 호우 피해사례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 오전 2시 52분께 논산에서 발생한 엘리베이터 침수 사망사고 23분 전(오전 2시 29분) 해당 지역에 내린 비가 이미 기상청의 ‘호우 긴급재난문자(CBS)’ 발송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논산에 재난 문자(CBS)가 일찍 발송됐더라면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같은 날 충북 영동군에서도 폭우로 저수지가 범람해 7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동AWS(방재자동기상관측장비) 누적 강수량’을 보면 영동군에서 내린 비가 기상청 재난 문자(CBS) 발송 기준에 도달한 시간은 오전 4시 28분이다. 최초 사고가 접수된 오전 5시 27분보다 1시간가량 앞선 시점이다.
호우 긴급재난문자(CBS) 발송 기준에 따라 문자가 발송됐다면 ‘최소 1시간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현재 해당 서비스를 정규·시범운영하는 곳은 수도권·경북권·전남권 단 3곳에 불과해 사고가 발생한 충청권은 재난 문자 발송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는 기상청이 직접 발송하는 재난 문자로 호우 관련 재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발송 기준은 △시간당 50mm 이상의 비가 오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 △시간당 누적 강수량이 72mm에 도달한 때다. 이때 알림은 40dB(데시벨)의 경고음과 진동을 동반한다.
기상청은 2022년 8월 수도권 집중호우와 9월 포항 태풍피해 등 기후 위기로 인명·재산 피해가 가속화되자 지난해 수도권에만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를 시범 도입했다. 이후 올해부터 시범운영 지역이었던 수도권을 정규운영으로 전환하고, 경북권과 전남권에 시범운영을 확대했다.
실제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는 기상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를 예방하는데 큰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8월 12일 기준 현재 재난 문자를 운영하는 지역(수도권·경북권·전남권)에 자연재해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0명’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남권 1명 사망, 경북권 26명 사망·실종 2명과는 비교되는 수치다.
반면,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를 운영하지 않는 지역 중 올해 충청권에서만 폭우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더군다나 해당 지역에는 올해 8월 20일 기준 재난 문자가 발송될 수준의 비가 43번이나 내렸던 것으로 집계돼 재난 문자 발송 범위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호우 긴급재난문자(CBS) 수도권 시범운영 이후, 올해 5월부터 전국 단위로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예산확보와 CBS 전담 인력 확충 문제로 단기간에 확대 시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충분한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에 김주영 의원은 “7월 10일 당일 논산과 영동에 호우 긴급재난 문자가 제때 발송됐다면 골든타임을 확보해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최근 국지성 호우·야행성 폭우 등 기존과 다른 이상기후 현상들이 전국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재난 문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재난 문자는 실제 관측된 강수량을 바탕으로 호우에 대한 위험성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만큼 생명을 구하는 알람과도 같다”며 “해당 서비스가 전국단위로 확대될 수 있도록 예보 숙련도가 높은 CBS 전담 인력확보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