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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자율준수 'CP' 참여 28개 기업에 'A'…평가 부실 우려도

지난해 참여기업 28개 중 26개 기업이 인센티브 혜택 대상

[중앙방송, 박노일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자율적인 법규 준수를 위해 운영하는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에 참가한 모든 기업에 A등급 이상을 부여해 논란이 예상된다.

내년부터 평가 상위등급 기업들은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기업의 동참만을 유도하기 위해 너무 후한 평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CP 등급평가 결과'를 보면 공정위는 지난해 참여한 28개 모든 기업에 A 이상을 줬다.

최상위 등급인 AAA를 3개 사가 받았고, AA는 23개 사, A 등급은 2개 사가 받았다. 그 이하인 B, C, D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무하다.

총 16개 기업이 참여해 25%인 4개 사가 B등급을 받았던 2022년 평가와 대비된다. 2022년 평가에서는 AAA 등급은 1개 사, 나머지 11개 사는 AA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평가에서 A 이상을 받은 5개 사는 최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AA 등급을 받은 롯데칠성음료와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각각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CP의 평가는 공정거래조정원 산하 CP등급평가위원회에서 이뤄진다. 회사의 자율준수 실천 의지와 방침, 교육 프로그램과 모니터링시스템 유무 등 7개 평가항목에 대해 신청기업이 작성한 자료를 기초로 서류 평가를 하되, 현장·심층면접 평가를 병행해 이뤄진다.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에는 등급에 따라 직권조사 면제, 법 위반 사실 공표 명령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이에 더해 올해 평가 상위 기업은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도 받게 된다.

앞서 공정위는 2001년부터 운영해 온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를 2014년 삭제한 바 있다. CP가 소비자보호, 법 위반 예방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제재 감경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공정위는 2022년부터 다시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 법제화를 추진했고, 지난해 법 제정을 마쳐 올해 6월 21일부터 시행했다. 같은 달 세부 기준 고시 개정까지 완료해 앞으로 A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15%, AA 등급을 받은 기업은 10%의 과징금 감경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 조사 시작 전에 사업자가 스스로 CP 운영을 통해 법 위반 사실을 발견해 중단하면 5% 추가 감경도 받는다.

공정위가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 부활을 예고한 이후인 지난해 평가에 참여한 기업 전원이 상위 평가를 받은 만큼, CP가 기업들의 과징금 에누리 수단으로 악용되면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법규 준수에 대해 관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강준현 의원은 "참여기업 전원이 A등급 이상을 받는 상황에서 천편일률적인 심사 기준으로 악용을 방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기업들의 참여 독려를 위한 인센티브는 필수지만,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 의원은 "공정위는 기업들의 CP 참여를 독려한다면서도 시장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플랫폼 기업의 참여는 1개 기업이 전부"라며 "플랫폼 기업들의 특성을 적용할 수 있는 평가지표들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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