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등 사이에서 발생하는 금융 관련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운영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 등이 신청한 분쟁조정 10건 중 6건은 절차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종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 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한 해 동안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분쟁조정 신청 총 3만 2,130건 중 59.6%인 2만 1,231건은 분조위에 회부하지 않고 담당 부서에서 기각 혹은 각하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사실조사 등을 통해 당사자 간 합의를 권고하거나 분조위 회부 여부를 판단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법원에 제소된 사건이거나 조정신청이 있은 후 소를 제기한 경우, ?관련 법령이나 객관적 증빙 등에 의해 합의권고 또는 조정절차를 진행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분쟁조정 대상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에는 분조위에 회부하지 않고 금감원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감사원은 지난 2020년 “금감원은 위 법령의 규정에서 정한 예외 사항보다 그 범위를 확대하여 ‘당사자의 주장이 상이하거나 증거채택이 어려워 사실관계 확정이 곤란한 경우’에도 분조위에 회부하지 않고 담당 부서에서 각하 등으로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등의 분쟁조정 신청 건에 대해 기각·각하 처리한 비율은 2020년 40.7%에서 2021년 47.7%, 2022년 52.6%, 2023년 59.7%에 달하며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가 이뤄진 2020년부터 4년간 18.9%p나 늘어난 것이다.
이정문 의원은 “금융분쟁의 특성상 신청 서류만으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보다 면밀하게 조사·확인할 수 있는 조정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감원 담당 부서의 판단만으로 상당수의 민원을 기각·각하 처리하여 종료시키는 실태로 인해 금융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과 공신력이 떨어진다.”라며, “금융감독 권한을 가진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 업무를 함께 처리하고 있어 공정성이 의심되는 등 그 역할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금융분쟁조정기구를 분리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금융소비자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