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김혜영기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9월 9일(현지 시간) 미국의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공식 등재됐다.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함께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 내무부 소속)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등재는 7월 25일 워싱턴 DC 주관 공청회와 8월 7일 미국 국가사적지 등재 예고(미 연방정부 관보 게시) 이후 8월 22일까지 국립공원관리청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이로써 주미공사관은 미국의 연방 문화유산으로서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미국 국가사적지로서 주미공사관의 공식 지정 명칭은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며, 워싱턴 DC에 설치된 한미외교의 현장으로 미국의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장소라는 점이 건물의 핵심가치로 인정됐다. 또한, 건물의 내외부 모두 원형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 국가유산청 주도 하에 진행된 복원 및 새 단장(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역사적 공간으로 훌륭히 재현한 점 등이 주요 등재 이유에 해당한다.
1877년 개인저택으로 건립된 현 주미공사관 건물은 1889년 2월부터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이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길 때까지 16년 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재외공관으로 운영됐다. 당시 서양국가에 설치된 최초의 재외공관이었으며, 조선~대한제국 시기에 걸쳐 근대화의 중요 거점으로 역할을 했다. 이후 일본이 강제 매입하여 1910년 미국인에게 매도한 뒤 그 소유권을 잃게 됐으나, 지난 2012년 10월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이 주미공사관을 매입하면서 소유권을 되찾게 됐다.
매입 이후 국가유산청은 총 5년간의 자료조사와 복원, 새 단장(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주미공사관의 역사적 가치를 추가로 밝혀냈다. 특히, 19세기 워싱턴 DC에 설치된 30여 개 국의 재외공관 가운데 당시 원형을 간직한 현존 유일의 건축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2018년 역사전시관으로 새롭게 개관한 주미공사관은 현재 1·2층은 복원과 재현 공간으로, 3층은 한미관계사 콘텐츠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등재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미공사관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증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 내 한국 관련 건물로서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사적지가 된 것은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앞으로도 주미공사관이 대표적인 ‘K-공유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문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며, 이처럼 국외소재문화유산이 현지의 법과 제도 안에서 온전히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