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김정아기자] 외교부 국립외교원은 9월 5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1층 대강당에서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지속성과 변화(Continuity and Change in the U.S.-led International Order)”라는 주제로 '서울외교포럼(Seoul Diplomacy Forum) 2024'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최형찬 국립외교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80년간 지속되던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영토와 주권 보호에 기반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규범기반 질서가 도전을 받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특히 올 11월 미국 대선은 이러한 미국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주의 질서의 최대 수혜자인 한국은 입체적 사고를 가지고, 한미동맹 공고화 및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안보협력을 기반으로 한반도 안보, 동북아 역학관계, 글로벌 위기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주도 자유주의, 규범기반 국제질서의 향방은 이 질서의 대표적 수혜국인 한국에 현실적 고민을 안겨준다고 언급했다. 자유주의, 규범기반 질서 수호는 여타 국가들의 책임 있는 역할을 필요로 하며, 한국은 글로벌중추국가(GPS)와 인태전략을 통해 국력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추진 중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 NATO, G7과 같은 선진국 그룹과의 협력 강화 ▲글로벌 사우스와의 파트너십 강화 ▲비교 우위를 활용한 미래 ‘게임의 규칙’ 형성 주도 등을 통해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국제정치 학계인사 라운드테이블 : 패권 구도의 변화와 미국의 대응: 미·중 경쟁과 글로벌사우스의 부상” 제하의 제1세션에서는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변화와 이에 대한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한국의 관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학교 SAIS 헨리키신저 석좌교수는 국제사회가 새로운 지정학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국제사회의 블록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구와 중·러 양 진영과 관계 개선을 동시에 모색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가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동의 가치와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여전히 유효하며, 적절한 개혁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모리 사토루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일본을 비롯한 유사입장국들이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장 기반 민주주의 강화, 실용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촉진, 공정 무역 강화 등 기능적 국제 협력 확대를 제시했다.
- 왕 둥 북경대 교수는 현 국제질서가 여전히 미국 등 특정 강대국에 의해 주도된 규범 기반 질서가 실제 세계를 정확히 반영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미국 주도 국제질서라는 개념은 탈냉전 시대의 질서를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편적인 단일 질서라는 개념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양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해피몬 제이콥 인도 네루대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통해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미국 주도의 단일 국제질서의 종언을 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는 이러한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문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전직 외교안보 리더 라운드테이블: 신지정학 시대의 한반도 안보: 캠프 데이비드 1주년과 한·미·일 협력구상” 제하의 제2세션에서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을 기념하면서 한미일 협력 확대, 그리고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이 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의 공유 가치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강조했다.
- 미즈시마 마코이치 주한일본대사도 영상 축사에서 올해 11월 미국과 일본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되더라도 한미일 협력의 기반은 견고하며, 3국 간 협력은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감성보다는 국익 중심의 한일 관계 구축을 강조하며 일본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언급했다. 중국과의 호혜/상호존중 원칙으로 협력 강화도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 유명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다시금 생각되며, 한미 동맹 강화는 한일 관계 개선과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정세가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일 협력은 한국에게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 한민구 한국국가전략연구원장(전 국방부 장관)은 한미일 협력이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에게 중요한 함의가 있음을 언급했다. 한 장관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NCG를 포함, 한미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하고 아울러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한미일 간 국방 분야에서 고위급 회담이 빈번하게 개최되고 있다고 하고 한미일 Freedom Edge 연합훈련 개최도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은 동아시아 3대 지각 변동으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 안보협력 ▲김정은의 통일 포기론 ▲6.19 푸틴 방북 계기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등을 언급하며, 특히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감정이 아닌 실사구시의 방향으로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최경림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 고문(前 주제네바 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경제안보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신지경학 시대의 경제 안보: 한국 경제 외교의 쟁점과 과제” 제하의 제3세션에서는 자유주의, 규범기반 국제질서의 변화 움직임 속에서 한국의 경제 외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 김현욱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제조업 중심의 공급망 안정화에서 기술안보로 경제안보 정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관련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오늘의 논의를 토대로 우리의 유연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변화하는 세계 환경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위기 요인으로 ▲대규모 투자로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성장해 온 한국의 성공모델이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 ▲내부적 대응 미비 ▲지역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역량 부족 ▲우리의 소프트파워를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활용하지 않는 것을 제시했다.
-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제경제 질서의 분절화를 막기 위해 지속가능성, 포용성, 상호협력, 신뢰가 중시되는 ‘재글로벌화 (re-globalization)’가 필요하고, ‘무역안보’를 통해 우리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연원호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불명확한 정책 목표 ▲경제안보 및 통상 정책에 대한 규범 부재가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현 상황에서 한국이 ‘혁신과 포용’을 강조하며 우방국과의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국립외교원은 매년 '서울외교포럼'을 통해 ▲국내외 학계 주요인사 및 외교·안보·통상 분야별 전문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학계의 다양한 논의와 전망을 모아 분석함으로써 한국의 외교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국립외교원은 동 국제학술회의를 공개회의 형식으로 개최함으로써 국민께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자세히 설명하고 정부-국민 간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 중이다. 이번 회의는 주요 전문가들과 주한외교사절단, 그리고 국민 모두 다 같이 모여 미국 주도 규범기반 국제질서의 변화 움직임에 대응하여 한국이 어떤 외교를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