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절반 이상이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강훈식, '어른들 인식 바뀌어야'

민식이법 시행 이후 4년 치 1심 판결 373건 전수 분석

[중앙방송, 박노일기자] 민식이법 시행 4주년을 맞아 강훈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을)이 전국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하여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민식이법’ 위반으로 재판받은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다. 2019년에 민식이법을 대표발의한 강훈식 의원은 법안 시행 이후 매년 법안 이행 현황을 분석해 배포하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인 2021년 3월 25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1심 판결 373건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 22건(5.9%), 집행유예 154건(41.2%), 벌금형 158건(42.4%), 벌금형 집행유예 17건(4.6%), 무죄 19건(5.1%)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기각과 선고유예는 각 1건, 3건이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22건 중 아동이 사망한 사건은 4건으로, 최대 12년 형에서 최소 2년 형을 선고받았다. 12년 형을 선고받은 운전자는, 알코올 농도 0.108%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건너편 보도를 걷고 있던 아동 4명을 쳤다. 이 중 9세 아동이 뇌 손상을 입어 사망했고, 다른 3명도 최장 12주간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6년 형을 선고받은 버스 기사는, 보행자 녹색신호임에도 일시 정지하지 않고 성급히 우회전하려다 7세 아동을 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

다른 징역형 사례를 살펴보면, 아동이 한 달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그 피해가 크고, 운전자가 피해자의 회복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거나 피해 아동의 가족과 합의하지 못했을 경우 징역형이 선고됐는데, 22건 중 절반이 넘는 13건이 1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외에는 무면허운전 혹은 음주 운전을 한 경우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가 신호와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주의를 잘 살피며 운전했음이 인정된 경우, 아동에게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당 법률이 무조건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지운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민식이법 이전부터 적용됐던 속도제한 30km/h를 위반한 사례는 총 52건이었고, 이 중 10~20km/h 이상 제한속도를 크게 벗어나 아동에게 영구치 손상 등 막중한 피해를 준 사례 7건만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외 집행유예 22건, 벌금형 20건, 벌금형 집행유예가 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 혹은 보도를 침범하는 등 그 외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례는 175건으로, 전체에서 47%에 달했다.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전체 판결 중 329건으로 88%를 넘는 것을 두고, 강훈식 의원은 “아이들을 길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에 적절한 처벌 수위인지 의문”이라면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치사상에 대한 양형기준이 작년 7월부터 적용된 만큼, 감경 및 가중 처벌 여부를 꼼꼼히 따져 국민이 납득할 만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운전자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201건으로 53%를 넘는 것에 대해 “이제는 정말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차례”라며 “길가에서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교통법규를 반드시 준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