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2023년 합계출생률 0.72명이라는 초저출생 국가 위기 속에서, 국내에서도 비혼여성의 단독 임신 및 출산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되며 비혼여성의 임신·출산권에 대한 논의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오늘(14일) 오전 10시 이재강 의원(경기도 의정부시을,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으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진선미·김남희·박지혜·백승아·서미화·임미애 의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재단법인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이 후원한 '‘저출생 해소 및 비혼여성 권리 보장을 위한’법?제도 개선 토론회'이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프랑스와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혼외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모두 높다”고 밝혔다.
허 조사관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합계출산율이 1.72명으로 높은 편인데, 그 중 비혼 출생률이 70%에 달한다. 아이슬란드는 14년째 성평등 국가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회 전 분야에서 성 격차가 가장 낮은 국가이자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이 높은 국가이다. 허 조사관은 "이는 성평등 사회 구현과 다양한 가족 구성의 인정이 저출생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진희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는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며, 이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결정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고유한 권리로, 어떠한 사유로도 침해하거나 차등적으로 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현행 모자보건법이 모성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비혼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혼 여성의 인공임신을 부부의 임신과 차별하여 금지해야 할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비혼여성의 출산은 여성의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보호받고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인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현행법상 비혼여성의 보조생식술 시행을 금지하는 규제는 없으나, 법률혼·사실혼관계의 부부에게만 허용하는 산부인과학회의 윤리지침으로 인해 실질적 제한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명희 국가인권위 성차별시정과 사무관은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비혼여성의 보조생식술을 제한하는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윤리지침을 차별로 판단하고 개정을 권고했으나,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이를 불수용했다”고 밝혔다. 여 사무관은 이러한 상황이 비혼여성의 재생산권 행사에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나인선 변호사는 "모자보건법에 비혼여성의 난임시술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경우, 의료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시술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동시에 "법 개정 이후에도 대한산부인과학회나 개별 의료기관이 자의적으로 시술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비한 추가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변호사는 "법 개정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인식 개선과 구체적인 이행 지침 마련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비혼여성의 보조생식술을 통한 임신을 지원하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몇차례 발의된 바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장수경 한겨레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접한 비혼여성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공유했다. 그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서 불법으로 판단해 거절하거나, 차별적 시선으로 시술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 기자는 "이로 인해 많은 비혼여성들이 높은 비용과 직장 휴직 등의 부담을 감수하고 해외 허용 국가에서 시술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는 자가주입이나 사실혼 관계 서류 위조 등의 위험한 방법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며, 비혼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의 절박한 현실을 전했다.
그러나 장 기자는 "비혼출산 문제를 단순히 출산율 제고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임신과 출산의 선택은 여성의 자유이자 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정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연구교수는 "비혼여성뿐만 아니라 난임부부에게도 국내 자발적 정자 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난임부부에 대한 보조생식술은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음에도, 기증정자 관리감독에 대한 법적 공백과 공신력 있는 정자 수급기관의 부재가 여전히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는 국가의 책임이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출산 이후 한부모여성가정에 대한 실질적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주거 지원, 육아 지원, 경제적 지원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비혼모와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재강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비혼여성의 임신·출산권 보장이 개인의 기본권 차원뿐 아니라 저출생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관련 법 개정과 정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비혼여성의 보조생식술 접근권을 보장하고, 관련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