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스타트업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M&A를 주도하는 대기업·해외기업과 더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중견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안됐다. 이는 스타트업 M&A가 창업자나 투자자의 엑싯(Exit) 수단일 뿐만 아니라, 성장 정체에 부딪친 기성 기업의 중요한 기업혁신 수단이라는 의견 합의를 배경으로 한다.
국회 스타트업 지원모임 유니콘팜과 대표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7월 17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기업혁신을 위한 스타트업 M&A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번 토론회에서 ‘스타트업 M&A 현황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연구한 결과를 담은 리포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니콘팜 공동대표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 첫 유니콘팜 토론회를 환영하며 “고금리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비교적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M&A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구성된 22대 국회에서도 유니콘팜이 앞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에 혁신을 불러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니콘팜 회원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현장에 참석해 “스타트업 M&A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해외시장의 규모에 비해서는 부족한 듯 하다”며 “M&A를 통한 스타트업의 엑시트가 활발해지고, 시장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입법이 필요한 부분을 함께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유니콘팜 회원인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타트업 M&A 활성화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기업 혁신과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라며 “스타트업 생태계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와 토론회를 주도한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기업인은 국적이 있겠지만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경쟁력있는 스타트업들을 선점하려는 인수전에는 국경이 없다”며 “스타트업 M&A가 활성화되면 대기업, 중견기업, 더 나아가 국가의 경제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오늘 토론회가 갖는 막중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용국 컴투스홀딩스 경영고문은 “콘텐츠 중견기업의 스타트업 M&A를 통한 성장 전략 사례”라는 주제로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이 고문은 컴투스가 그간 스타트업과 M&A를 통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변화를 만들어낸 경험을 발표했다. 그는 “컴투스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 사업다각화에는 수많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가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새로운 영역, 내부에 자원이 부족한 영역을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스타트업과 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강신형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함께 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이루어진 국내 594건의 스타트업 M&A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 M&A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와 모험자본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M&A 시장이 2배 이상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최근 스타트업 M&A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양적완화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 2021과 대비해, 2022년 기준 대기업의 스타트업 M&A 시장규모는 1/5로 감소한 반면 중견기업의 스타트업 M&A 시장규모는 2.3배 증가했다. 강 교수는 “대기업, 해외기업의 경우 기술, 인력 확보와 시장점유력 확대를 위한 동종산업 M&A에 집중하는 반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기 위한 이종산업 M&A에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스타트업 M&A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대형 M&A를 주도하는 글로벌?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인수 촉진과 더불어 중견기업의 스타트업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확대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스타트업 M&A 활성화 방안에 대한 학계, 산업계, 정부 전문가들의 심도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정준모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 CFO는 국내 스타트업, 대기업 사업부부터 해외 스타트업까지 폭넓은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의 전략을 소개하며 “M&A야말로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인력을 확보해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우리 기업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 중견기업을 만나기가 어려운 한편, 우리 역시 인수자로서 인수 대상인 상대방 기업에 대한 검토 부분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며 기업들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수자, 피인수자 양면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다년간 스타트업 M&A 법무상담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탈의 투자 과정에서 형성된 기업가치와 M&A 거래 협의 과정에서 바이어가 인식하는 대상회사의 주식 가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기업가치 간극 문제가 기존 주주의 사전동의권투자계약 구조로 인한 거버넌스 문제와 결합됐을 때 스타트업 M&A 활성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학계 전문가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국내 전반적인 M&A 시장상황을 연구한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타트업 M&A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기업의 개방형 혁신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M&A로 엑싯한 창업가가 재창업하거나 투자자로 변신해 생태계에 기여하는 것은 곧 새로운 창업자들에게 좋은 선례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교적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에서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M&A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업들이 스타트업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인수대상을 발굴할 수 있도록 오픈이노베이션, CVC투자와 연계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견?중소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민간 창업기획자나 벤처투자회사의 투자조합에 단독으로 출자하는 경우 모태펀드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 마련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M&A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 부처의 토론이 이어졌다. 임국현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과 과장은 “국내 5,575개에 달하는 중견기업은 현재 자금조달과 아이템 발굴에 어려움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며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확대, 스타트업과 네트워킹의 장 마련, 관련 규제애로 해소를 위한 창구 역할 등을 통해 중견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종우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 사무관 역시 스타트업 M&A 전문 자문사 육성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민간과 연계한 M&A 중개플랫폼 구축, M&A 자문비용 지원 등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강기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과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지원 정책을 언급하며, 해외 투자뿐만 아니라 지사 설립, 네트워킹 등 현지 지원을 포함한 내용의 정책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