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이선호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 24일 오전 김건희 여사와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개최된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서해 수호 영웅들을 추모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강한 안보 의지를 표명했다.
기념식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과 천안함 46용사 묘역, 故 한주호 준위의 묘소를 찾아 차례로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참전 장병들을 비롯하여 故 황도현 중사(제2연평해전)의 모친 박공순 님, 故 서정우 하사(연평도 포격전)의 모친 김오복 님, 故 민평기 상사(천안함 피격)의 모친 윤청자 님, 故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 님 등 서해 수호 영웅들의 유가족들이 함께했다. 대통령은 전사자 한분 한분의 사연을 들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대통령이 도착하기에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를 만난 유가족들은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있는데 북한에는 왜 사과를 요구하지 못하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후, “우리 아들들의 희생을 퇴색시키지 않으려고 지금까지 큰소리 한번 내지 못했는데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도착하자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 김오복 님은 “’21년 7월 방문하여 묘비석을 쓰다듬어 주신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며 “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해 주셔서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대통령은 故 조천형 상사의 모친 임헌순 님에게 “조천형 상사의 따님이 아버님을 따라 해군 소위가 됐다고 들었다”며 축하 인사를 했다.
故 황도현 중사의 모친 박공순 님이 당시 21살이던 아들이 머리가 함몰되어 전사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김건희 여사는 박공순 님을 꼭 껴안으며 위로했다.
오늘 기념식장에는 천안함에서 순직한 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님의 성금을 계기로 마련된 3.26기관총 1정이 전시됐는데 천안함46용사 묘역에서 윤청자 님을 만난 대통령은 “어머님께서 내주신 성금이 기관총을 사는 계기가 됐다. 국민들께 큰 감동을 주셨다. 만나 뵙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청자 님은 “제가 낸 돈이 아니라 국민들이 내주신 돈이다.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나 정말 기쁘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천안함46용사 묘역에서 故 정종율 상사의 아들 정주한 군을 만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사건 당시 6살 아이였던 정주한 군은 이제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이 됐으며 대통령은 지난 `21년 故 정종율 상사의 부인 정경옥 님의 빈소를 찾아 정주한 군을 위로한 바 있다.
또 천안함에서 산화해 머리카락과 손톱만이 현충원에 묻힌 장진선 중사의 이야기를 들은 대통령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故 한주호 준위 묘소에서 부인 김말순 님에게 “자녀분들이 잘되어서 너무 다행이다”고 말했고, 김말순 님은 대통령의 위로에 “아빠는 자식들을 사랑했고, 자식들은 아빠를 존경한다”고 답하며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현장에는 천안함 폭침 생존자이자 지난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오찬을 함께한 전준영 님도 참석했는데, 대통령은 전준영 님에게 “잘지내고 있지”라고 물으며 반갑게 맞이했고, 전준영 님도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했다.
전준영 님은 과거 천안함의 최원일 함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326호국보훈연구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한편 오늘 묘역에는 이명박 前 대통령의 화환도 있었는데, 대통령이 이 前 대통령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고 하자 현충원장은 “현충원을 다시 방문하겠다는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녀가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은 전년에 비해 육·해·공·해병 의장대 사열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22년 40여 명→’23년 130여 명) 또 작년 정부·군 관계자들과 뒤섞여 후열 배석하셨던 55용사의 대표 유족과 참전 장병을 위해 별도 전열석이 마련됐으며, 일부 유가족만 진행하던 헌화와 분향을 55명 대표 유족 전원과 함께 진행했다. 특히 현직 대통령 최초로 직접 55용사를 호명하는 롤콜(roll-call)을 진행하여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해 최고의 예우를 갖추려 노력했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서해수호 용사들께 경의를 표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전우를 잃은 참전 장병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 국민들이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마음 놓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이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가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 맞서 한국형 3축체계를 강화하고 한미, 한미일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을 천명하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서해 수호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며,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념사를 마쳤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후 기념식장 옆에 별도로 전시된 서해수호 전적 전시물을 관람했다. 이 자리에는 천안함 함정 모형과 함께 참수리 357호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항해기·부대기를 비롯하여 함명판, 불탄 철모 등이 전시됐다. 특히 이 자리에는 윤청자 님의 성금을 계기로 마련된 3.26기관총 1정이 전시되어 좌중의 눈길을 끌었다. 윤청자 님은 지난 2020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천안함은 누구의 소행이냐”고 물어 화제가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