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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식 추모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故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식 추모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오늘 우리는 영원한 의회주의자,
민주주의의 큰 산 故 김영삼 대통령님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대통령께서 우리 곁을 떠난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존경하는 김영삼 대통령님!

당신의 일생은 민주주의를 위한
빛나는 여정이었습니다.
유신 치하,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던
그 선연한 말씀과 결단을 기억합니다.
그 말씀 그대로 당신은 초산테러, 가택연금,
국회의원 제명, 단식투쟁 등
질기고도 험한 고난의 세월에
굴복하지 않으셨습니다.

유신정권의 폭압이 극에 달하자
우리 국민은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도도한 민주항쟁이 시작되었고,
결국 국민들의 거룩한 희생으로
유신정권을 종식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로 가는 거대한 전진이었고,
그 중심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구석구석
대통령님의 눈물과 땀이 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당신은 권위주의를 청산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터전을 닦으셨고,
그 위에 튼튼한 뼈대를 세우셨습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전광석화처럼
개혁을 단행하셨습니다.

불시에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검은 돈을 차단하셨습니다.
이 땅에 군부 쿠데타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나회를 비롯한 정치군인을
뿌리째 뽑아낸 것도 당신이셨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백년대계를 위한
눈부신 결단이었습니다.
명실상부한 文民政府의 완성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님!

당신은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화해와 통합을 주창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계층으로 찢기고, 지역으로 대립되고,
세대로 갈라지고, 이념으로 분열됐다.
우리 안에 있는 벽은 허물어야 한다”고 역설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의 마지막 유훈도 ‘통합’과 ‘화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갈등과 분열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진영논리는 공고하고,
건전한 비판이 있어야할 자리엔 혐오가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이제 멈춰 세우는 것이
이 시대 정치인들의 소명입니다.
진영을 넘어, 소속정당을 넘어
국민과 국익을 위해
하나된 국민, 단결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김영삼 대통령님!

사회 통합을 향해 협력하고 공존하는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다시 가다듬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현직에서 물러나신 뒤
“멀고 험한 항해에서 돌아와
고향의 품에 안긴 느낌”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늘에서도 든든한 산, 거대한 산이 되어
조국과 우리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2020년 11월 20일
국회의장 박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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