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송, 박노일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그룹이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전자·현대차·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 4개 기업은 지난 6월~7월 국무조정실 산하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김현정 국회의원실이 이달들어 4개 그룹에 대한 면담조사 결과, 이들은 국무조정실과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서 ▲발전사와 수요기업간 전력 직거래(PPA) 확대 ▲국제 기준처럼 국내 배출권거래제에 녹색프리미엄제도 포함 ▲정부·지자체, 민간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부지 확보 지원 ▲ 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세액공제 등) 부여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 계열사의 요구는 특히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인책에 집중됐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때마다 세액공제를 제공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소비하는 기업에도 재정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대해 30%까지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현대자동차는 2045년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전국 사업장에 20㎿ 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하며 자가 발전량을 늘렸다.
다만 설비투자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3%에 그치고, 이마저도 제도 일몰 시 1%로 줄어들어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현대차는 정부에 세액공제율을 높여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통한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 사이 전력직거래(PPA) 확대도 주요 건의사항이었다. SK하이닉스는 전력계통 보충을 통해 직거래가 확대되면 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SK E·S가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보급과 함께 국내 탄소 배출권거래제에 녹색 프리미엄 전력의 탄소저감 효과를 반영할 것을 건의했다. 녹색 프리미엄은 소비자가 한국전력에 추가 요금을 지급할 경우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인정해 주는 제도다.
국내 전력 사용량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 부지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부지를 발굴하고 민간사업자에게 공급하면 부지 확보가 용이해지고, 설치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RE100협의체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오는 2050년까지 RE100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국내 대기업은 총 36곳이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소비한 전력은 5만6936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앞으로 이를 재생에너지로 전량 대체해야 하지만 각종 규제와 막대한 비용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가 부족한 데다 재생에너지를 어디서 구할 지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세제 혜택을 줘서 기업이 자가 발전량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의원은 “농촌 공간을 활용한다면 재생에너지를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전력 직거래 확대, 부지 확보 등을 위해 국무조정실이 나서 부처 간 협의를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